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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정보

[가족이민/미국이민/미국유학/해외거주]이민생활이 궁금한가요? 이민시절 느꼈던 점들-(1)

나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5년 동안 미국 텍사스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다. 우리 가족은 투자이민으로 미국으로 갔고, 미국에서 거주하는 동안 느꼈던 점들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하여 공유해보고자 한다. 

1. 제2외국어, 영어실력.. 미국에 살면 저절로 생길까? 

정답은 아니다. 물론, 초등학생 시절에 유학이나 이민을 간 경우라면 거의 저절로 생긴다. 그런데, 나처럼 중학교 때 이민을 가게되면 노력 없이는 영어실력 절대로 늘지 않는다. 주변에 중학교 3학년 때쯤 미국으로 건너와서 한국 사람들하고만 어울리던 또래들이 몇 있었는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그리고 대학 가서도 영어실력이 ESL (English as Second Language의 줄임말)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처음 미국 학교에 들어가면 모든게 낯설기 때문에 ESL class의 도움이 필수이다. ESL이란, 한국학교에서 매 학년 국어를 들어야 하듯, 미국도 매 학년 English Literature&Language라는 영어수업을 필수로 들어야 하는데, 영어가 제2외국어인 외국인들만 모아서 따로 만들어 놓은 영어수업이다. 즉, 같은 크레딧을 받을 수 있는 과목이며, 내가 학교에 다녔을 때 영어를 잘하는 남미애들은 ESL을 몇 년을 다니고, 한국 학생들은 개개인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2~4년 안에 ESL을 벗어난다. 처음 미국에 가면 대체로 학교에서 ESL로 들어가는 것을 권하기도 하고, 보통 ESL 내에 한인 선생님이 한분씩 계신다.

내 기억으론, 미국에 간 지 3달 정도 되니 선생님들이나 친구들이 말하는 영어가 귀에 들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한인선생님한테 3개월 정도 전적으로 의지하다 조금씩 혼자서 해보려는 자신이 생긴 시점도 이 시점이다. 들리니까 해볼 만했다. 

나 같은 경우, 8학년부터 9학년 1학기 정도까지 ESL에 있었는데, ESL을 나온 순간부터 영어실력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서투른 영어에 놀리는 애들도 많았지만 요즘 유행하는 '깡'으로 버텼다. ㅋㅋㅋ 예를 들어, 중학교 Algebra(수학) 수업에 나를 유난히도 무시하려는 흑인 여자애가 있었다. 약간 나한테 깡패처럼 굴려고 했는데, 몇 번 숙제 보여주고 시험 답 알려주고 했더니 더 깡패처럼 굴려고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상황이 와전되어 내 숙제와 시험에 의존하게 되어 좀 괴롭힌다 싶으면 "You? no more homework."이라고 하고 더 이상 도와주지 않으면, 그다음부터 안 괴롭히고 잘해줬다. 내가 봐도 좀 유치한 방법이긴 했지만, 그 나이 그 시절에는 먹힌 방법이 다..ㅋㅋ 그렇게 꾸역꾸역 생존하듯 생활을 하다 보니 1년 정도 지나 웬만한 의사소통은 가능해졌고 2년 차부터는 AP 및 pre-AP class들을 들으면서 essay 작성 실력도 늘기 시작했다. 

2. 인종차별은 지역마다 다르다. 

미국 내 인종차별은 지역마다 그 강도가 다른 것 같다. 내가 살던 텍사스는 개인적으로 인종차별이 심한 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거기서도 개념 없는 불쌍한 종자들은 "Do you know Jackie Chan? Hey Chino! Are you Chinese? Are you Japanese? Konnichiwa!" 등등을 외치며 놀려대기 했지만... 살다 보니 이런 질문들도 대응할 수 있는 센스도 생기기도 했다. 예를 들어, "Do you know Justin Timberlake?"라고 되묻던가.. 흑인애가 그러면 "Do you know Eddy Murphy?" 남미애가 그러면 "Do you know Rickie Martin?"뭐 이 정도로.. 아니면 아예 반응을 끝까지 안 하거나.. 얘네들도 장난치며 물어봤던 거라 이런 식으로 받아치면, 좋아하고 보통 그다음부턴 아예 친해지거나 거리를 두거나 둘 중 하나가 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텍사스는 미군부대가 크고 많다. 그리고 그 안에 다양한 인종이 섞여있기 때문에 인종차별이 좀 덜 한 편이다. 

중간에 잠깐 노스캐롤라이나에 한달 정도 살았던 때가 있었는데, 거기서는 '인종차별이 백인들한테 스며들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들도 이게 잘못되었는지 모르고 행하는 차별이 조금 있었다. 즉, 바로 "Are you discrimiating me against racism?"이라고 한번 지적해주면 바로 사과는 하는 편이다. 

실제, 내동생이 초등학교에서 한번 인종차별을 겪은 적이 있긴 하다. 어떤 남자애가 동생한테 시비를 걸고 먼저 쳐서 동생이 스치듯 쳤는데, 선생이 동생한테만 징계를 내린 것이다. 이때 엄마나 내 동생 모두 당황해서 그냥 당하고 넘어갔는데, 만약 학교에 이의를 제의하거나 교장에게 항의하거나 인종 차별한 걸로 school district에 알리겠다고 크게 항의하면, 학교 측에서 사과하고 그다음부터 엄청 조심한다. 

근데 정말 대놓고 매일같이 인종차별을 하는 경우는 보통 없으므로, 인종차별에 대한 걱정은 크게 안해도 될 것 같다.

3. 미국은 심심하다....향수병 조심할 것!

한국과 달리, 미국은 인터넷도 느리고 대중교통도 열악하고 6시만 되면 웬만한 상점들은 다 문을 닫는다. 학원도 없다. 좋게 말하면 여유가 있고, 나쁘게 말하면 심심해서 지루해진다. 근데, 이걸 지루하다고 생각하면 향수병이 짙어져 이민을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 방과 후 수영을 고등학교 내내 했고 친해진 친구들이랑 같이 스터디를 하거나 서로 집에 놀러 가서 놀다 보니 이런 지루함도 곧 없어지곤 했다. 미국에도 은근 참여할 수 있는 외부교육프로그램이 많으므로, 경험해보면 좋을듯하다. 또한, 만 16세부터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으므로 status가 가능한 상태라면 알바를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대부분의 미국 학생들은 방학 때나 학기 중에도 알바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나는 미국에 가서 4년동안 한국에 들어오질 않았는데, 이렇게 되면 방학 때 진짜 할 것이 없어질 수도 있다. 한국처럼 선행 학습해주는 학원도 없으므로, 방학 땐 잉여가 되기 쉬운데 이때도 마찬가지로 친한 잉여 친구들과 만나서 놀면 된다. 또는 미국 내에서 방학 중에 운영하는 캠핑을 가거나 다른 주로 여행을 가는 것도 추천한다. 고등학생이라면 동네 근처에 있는 학교에 일반인 출입 가능한 도서관이 있다면 찾아가서 SAT 공부를 하는 것도 좋다. 이런 식으로 미국에 살고 있을 땐 끊임없이 지루함을 여유로움으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